잡설 2 - 고개 숙임

   90년대 월드와이드웹이 개발되어 퍼지고, 네트워크를 컴퓨터에 연결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 어디서든 컴퓨터가 있는 곳이라면 누구나 정보를 열람할 수 있고, 각종 채팅 서비스들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라는 것이 생기고, 그 안에서 각자의 모습을 분출하며, 누군가는 그 안에서 스타가 되기도 하였다.

   2008년 경 아이폰의 출시는 이런 인터넷 사용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물론 아이폰 이전에도 인터넷이 되는 전화기는 이미 많이 있었고, 스마트폰이라는 개념도 사실 없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나 앱(app)을 개발할 수 있고, 다양한 기능을 앱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는 개념을 대중화시킨 것은 분명 아이폰이다.

   이렇게 손으로 들고다닐 수 있는 전화기는 통신망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다른 사람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자신의 소식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출퇴근 시간에 전철이나 버스에서 고성능 스마트폰으로 여러 소식에 심취해있는 모습은 이미 오래된 풍경이다. 그리고 길을 가다 무슨 일이 생기면 그 것을 공유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이대는 모습도  현 시대 인류의 스테레오타입이 돼버린지 오래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리라.
 
   이런 고개 숙인 인간상은 비단 교통수단 안에서 혼자 있을 때만 한정되진 않는 것 같다. 식당이나 공원, 또는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있더라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보단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본다. 분명 만나고 싶어서 만난 사람들일텐데, 옆에 있는 사람보다 더 멀리있는 누군가의 소식이 더 궁금한가보다.
   그리고 길을 가다보면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하고 위태위태하게 걷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물론 그들의 사정이 있겠지만, 길을 가는 사람들을 너무 방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디서나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소식을 얻을 수 있는 자유는 얻었다. 하지만 그 것이 과연 진정한 연결을 제공하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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