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2017, 봉준호)




   0. 무려 500억 가량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다. 스토리 설명이야 워낙 많은 곳에서 하고있으니, 간단히 소감만 적어보려한다.

   1. 옥자에서 좋았던 점은, 일단 그래픽과 옥자 캐릭터가 좋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하마인 듯하고, 다시 보면 매너티 같기도 한 이 슈퍼돼지는, 표정만 봐도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거기에 안서현양이 분한 미자와 함께 꽁냥거리는 장면은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메시지가 좋다. 개인적으로 채식주의자도 아니고 가히 고기테리안에 가까운 나지만, 한 번쯤 대량생산 품목처럼 취급되는 동물들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기회를 준다. 결론 자체도 의외인데,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판타지같은 영화에 너무나도 현실적인 결말이다. 물론 이 결말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듯한 인상이 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어느 하나 발연기가 없어 마음에 들었다.

   2. 그런데, 이 영화가 몇가지 애매한 점이 있다. 일단 캐릭터들이 색이 조금 불 분명하다. 전작 '괴물', '마더' 등에서는 캐릭터가 꽤나 색이 강하고, 그럼에도 영화속에서 각과 부드러움을 적절히 버무렸는데, '옥자'에선 그런 것들이 조금 약했다. 그리고 결말이 어떤 영화적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기는 무리이다보니,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 자체의 내용을 놓고보면 결말로 가는 과정이 어거지거나, 난삽하거나하진 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결말로만 보면 '마더'가 압권이었다. 그 뽕 맞은 듯한 엔딩은...

   3. 봉감독의 헐리웃 데뷔작인 '설국열차'는 처음엔 뭔가 무거웠지만, 그래도 두 세번 보더라도 재미가 반감되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서 국내에선 호불호가 갈렸지만, '설국열차'를 꽤 좋아한다. 이번 '옥자'는 어떨지 모르겠다. '설국열차'에 비하면 힘이 많이 빠졌지만, 메시지는 더욱 직접적이다. 캐릭터는 조금 약해도 헐리웃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는 맛은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재미있게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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