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1
지금 사는 행신에서 직장이 있는 을지로까지 출퇴근 하는데, 대략 한시간이 덜 걸린다. 행신역에서 전철을 타고 갈 수 있고, 집 앞 버스 정류소에서 버스를 타고 신촌으로 나올 수도 있다. 전철을 타면 신촌/홍대입구까지 전철 타는 시간만 20분 남짓이면 되지만, 버스는 막히면 40분을 넘기기 일쑤다.
그럼에도 종종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는 이유는 나름 상반된 풍경을 즐길 수 있어서다.
베드타운 성격이 강할지언정 나름 도시의 모습을 잘 갖춘 행신을 빠져나오면 쭉 뻗은 도로 양 옆으로 간판이 바랜 상점들이 꽤 즐비하게 서있다. 하지만, 그 뒤로는 멀리 북한산이 보이고, 넓은 초지가 펼쳐져있어 마치 한적한 시골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한 15분여를 달리면 서울의 경계에 있는 수색에 다다른다.
수색과 가좌는 2010년도 넘어서나 재개발이 이루어진 곳이라 참 묘한 풍경을 하고 있다. 도로가에는 딱 봐도 정말 오래된 상점들과 상가들이 있지만, 바로 뒤 블럭을 보거나 조금만 그 곳을 지나가면 새로지은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또 눈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디지털미디어시티'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거대한 상업/업무지구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지날때마다 과연 이런 개발이 이루어지기 전 이곳의 모습이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길가를 따라 들쭉날쭉 지어진 허름한 건물들이 주는 풍경과, 무 자른 듯 딱 떨어지는 각도로 서있는 아파트의 풍경이 너무나도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예전엔 그저 사람들이 소소히 모여사는 작은 마을이었겠지. 아니면 이전에도 이미 사람들이 몰려사는 시끄러운 동네였을까. 누군가는 재개발의 수혜를 입었을테고,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빼앗겼겠지.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대조적 풍경도 지나고 거대도시 속으로 버스는 쑥 빨려들어간다. 대충 시간을 계산해보면 늦지는 않겠구나 안도하며 지하철로 갈아타고 나는 인파속으로 총총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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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논어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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