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 이상한 꿈

   이상한 꿈을 꾸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게된 것은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였다. 나름 하루 일과를 마치고 거리를 걷고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에 부딪힌 것 같은데 아무 느낌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왔다. 분명 내가 살던 집인데 낯설었다. 와이프는 말 없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고, 아들은 여느때 처럼 거실에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 때 아들이 아빠가 보고싶다며 엄마에게 칭얼거렸다. 엄마는 잠시 멈칫하다 하던 일을 다시했고,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있었다. 와이프의 뺨을 만져봤지만 내 손에 느껴지는 감각이 약했다. 그리고 와이프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평소같으면 집에 돌아온 아빠에게 안겼을 아이들이 내 옆을 지나쳐간다.
   시간 개념이 뚜렷치 않아 꽤 시일이 지난 후 같다. 비가 오고 있었다. 빗속을 비에 젖지 않은체 걸었다. 비가 그치고 해가 났을 때,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구인지 보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내 상황을 알았으니 체념하겠다. 이런식으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는 내용이었다. 그 때, 갑자기 혼자 남은 와이프와 앞으로 아빠를 잊어갈 아이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내가 왜 죽음으로 내몰렸는지(아마도 어이없이 살해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도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원망스러움과 안타까움, 슬픔, 그 외 수 많은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고,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울었다. 어차피 누구도 우는 소리를 못 들을테니까.

   그렇게 우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꿈에서 깼다. 잠에서 깬 직후의 멍멍함과 꿈속에서의 감각이 남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잠시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알람이 울리기 30분 전이었다. 아이들과 와이프가 자고있는 방으로 가 그들을 바라보니 다시 현실임을 자각했다. 마지막 장면의 강렬함 때문이었을까. 문득 이렇게 현실에서 살아있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이상한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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