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 유발 노아 하라리

0. 이 책은 처음 사피엔스의 종말이라는 결론으로 큰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물론 홍보를 위해서는 자극적인 결론이 필요했을 것이며, 그 것이 의도라면 성공적이다. 하지만 책을 쭉 읽다보면 그런 결론은 지극히 자연스런 사유에 의해 나오는 것이지 어떤 뜬금없는 폭발적 주장은 아니다.

1. 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자가 된 것은 왜일까? 다른 종과는 다른 문자, 언어 체계 등으로 소위 고 수준의 통신 및 지식의 전파가 가능한 것이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그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인지혁명'이다. 사피엔스는 인지혁명을 거치며 지식의 전파와 더불어 사회적 체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즉, 실존하지는 않는 가상의 실체에 대해 생각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그 것은 집단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요소이며, 사피엔스라는 나약한 종이 서로 힘을 합쳐 무엇인가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2. 사피엔스는 '농업혁명'을 겪게 된다. 강가의 비옥한 토지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농경을 하게 된다. 이 농경에서 나온 잉여의 생산물은 가상의 실체를 유지하기 위해 잉여 짓을 하는 잉여 인간까지 먹여 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 풍요는 다시 공고한 사회, 종교적 체계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한다.
 하지만 모여 사는 것이 반드시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수렵 사회와 달리 농경 사회는 영양이 탄수화물로 치우치는 결과를 나았고, 전염병도 쉽게 돌게 된다. 즉, 풍요하는 하지만 인류에게는 결코 축복만은 아닌 것이 된다.

3. 이러한 잉여 자원이 만들어낸 가상의 실체 중 최고는 역시 돈이었다. 물물 교환을 하고 부를 축적하며, 더 나아가서는 과학을 발전시키고 제국을 건설하게 했다. 그리고 '과학혁명'이 일어나 인간은 생명에 대한 도전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이보그의 출현, 유전자 조작을 거친 새로운 인류가 탄생할 가능성이 생긴다.

4. 일단 이 책은 재미있다. 그리고 잘 쓰여진 책이다. 그만큼 번역도 매끄럽게 잘 되어있는 듯 하다. 기본적으로 사회 체계에 대한 내 생각(가상의 실체)와 비슷한 면이 많이서 더 재미있게 읽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내용 때문에 약간 냉소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논리 전개 자체가 매끄럽게 느껴지므로 읽는데 부담은 없다. 한 번쯤은 읽어볼만한 책이다.

(대)기업이 싫어서 박차고 나가는 사람

 요새 인터넷 보다보면 대기업 조직이 싫어서 뛰쳐나간다며 조직(문화)의 잘못 된 점을 비판하는 글 들이 다수 보인다. 일견 동의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왜 조직이 그렇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아 보이는 것 같다. 그 들이 일반적으로 써 놓는 내용에 대해 내 상각을 정리해 본다. 여기서 대기업이란 것은 법적 대기업을 말한다.

1. 답답한 조직 문화 및 병폐
  일견 동의한다. 내가 운이 좋은 것인지 다행히도 심하게 격지는 않는 문제이지만, 회사 내 타 팀을 보면 팀장이 퇴근해야 퇴근이 가능하다던가 하는 일들이 꽤 있다. 이 부분은 고쳐져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업무적으로만 봤을 때, 부하의 실적을 가로채는 등의 부도덕적 행위 들 즉, 병폐적의 범주를 제외하고 본다면 하나의 업무를 하기위해 왜 그렇게 복잡한 프로세스와 답답한 문화가 자리잡는지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대기업이라는 크기가 되면 내가 하는 일이 나만의 일이 아니게 된다. 즉, 하나의 일을 굴리기 위해 후선 업무 지원까지 고려한다면 꽤 많은 인물들이 관여하게 되고 그들 모두 유 무형의 책임을 지게된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이 독특하고, 소위 신선하다는 이유로 일을 바로 시작시킨다면 실패시 그 인력과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이 너무 커지게 된다. 물론 '난 모르겠고, 책임도 지기 싫고'라는 스탠스가 꽤 있으나, 그 것은 어딜가나 있는 병신의 한 모습일 뿐이다. 꼭 대기업이라서만 있는 내용은 아니다.
 꼭지로 붙인다면 당신이 하고싶어하는 것이 병크가 아니라는 단정을 짓지마라. 병크 한 번 터지면 당신 때문에 쏟아부운 다른 사람의 시간과 노력이 한 순간 물거품이 된다. 그게 다 그들에게 경험일거라고? 그래 당신 소시오패스다.

2. 개인의 발전이 가로막힌다.
   물론 기업 조직이라는 것이 앞서 말한 이유로 답답한 것은 맞다. 그리고 기업, 팀이라는 가상의 실체 자체가 하나의 생명력을 가져야 하다보니 개인의 발전에 무관심한 경우도 많다. 그럼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보자.
   첫 째. 난 A라는 일이 정말 하고 싶고 적성에 맞는데, 회사에서는 B라는 일만 시키는 상황인 경우가 있다. 그럼 A라는 일을 주는 회사로 옮겨라. 그럼 된다. 어차피 현재 A라는 일을 이미 당신보다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B라는 일이 누군가는 꼭 해야하는 일인 경우다. 그럼 A라는 '최소한 지금은 당신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든가, 이직을 하는 것이 답이다. 물론 전제를 잘 보기 바란다.  '최소한 지금은 당신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이지, 그 일이 당신의 천직이란 말은 아니다.
   둘 째, 대학 전공과 맞지 않는 업무 때문에 불만인 사람들이 있다. 난 그렇게 얘기하고 싶다. 일단 전공이 필요하지 않은 직업을 구하러 다닌 당신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게 아니라 구직 시장에서 애초에 그런 일을 못 찾겠으면 안타깝게도 현재 사회 산업 구조상 당신의 전공이 설 자리가 별로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 것도 아니라면 사회 자체가 지독한 불황이거나. 이럴 때는 금수저가 아니라면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3. 난 내 전문분야(?)에서 더 빠른 판단으로 더 잘할 수 있다.
   한 마디만 하자. 당신은 당신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 물론 애초에 엄청난 센스에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역사를 바꾸었다. 아인슈타인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정작 현대 물리의 다른 한 축인 양자 물리학은 이해도 제대로 못했고, 엄청 싫어하기 까지 했다는 것은 잘 몰랐을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은 아인슈타인이 아니다.
   많은 아이디어는 한 분야에서 몇 십년을 버티고 버틴 끝에 경험이 쌓여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분야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는게 중요하다. 그래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주입이 될테니까.
   그리고 당신의 아이디어가 자신의 손으로 사업을 진행할만큼 대단하다는 확증은 어디에 있는가? 원래 사람들이 리스크를 안고, 배수진을 치고 해야 성공하는거라고? 난 개인적으로 전적으로 틀린 말이라고 생각한다. 왜 높은 리스크라고 하겠는가? 10에 9은 실패해서 그럴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당신이 10중 1이라고 단언하는가?
  만약 당신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가정한다면, 그 아이디어를 혈혈단신으로 구현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과 조직을 설득하는데 걸리는 그것과 잘 고민을 해봤으면 한다. 조직은 거대한 전차이다. 한 번 시동을 거는데 엄청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걸리면 당신이 멈추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Originals - 애덤 그랜트

0.  처음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봤을 때가 기억난다. 소위 잘나가는 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엄청난 노력으로 일구어낸 성공신화는 그 것이 다가 아니라는 주장과 그 근거들은 그 당시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책또한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공 공식이라는 것이 사실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 창의성과 조직에 그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는 정도겠다.

1. 책 자체는 매우 잘 읽힌다. 개인적으로 한국경제신문사의 번역본은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이번 것은 번역이 매끄럽고 잘 읽힌다. (물론 원서를 읽어보진 않아서 구라를 쳤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만약 성질이 급하신 분이라면 이 책의 마지막 챕터를 읽어보면 책의 내용을 매우 함축적으로 요약하고 있으니 참고하시라.

2.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천재의 유형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독창적인 인재라 하면 한 순간 엄청난 아이디어로 기존 체제를 뒤집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한 소위 천재라 불리던 사람들의 예를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분야 및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시간이 오래 지나 축적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이 그런 부류이다.
 그리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타이밍에 대한 얘기 또한 서양식 사고 방식에서 보면 특이하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때를 알고 행한다'라는 화두가 흔하지만 서양은 아닌 듯 하다.

3. 책 자체의 매끄러운 변역도 괜찮고 한 번 정도는 읽어봄직한 책이다.

HW1F 모형의 2D FDM 제작에서...

 2D FDM 제작하는데 있어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까먹지 않기 위해 정리해보기로 한다.

 FDM 방식은 OSM(Operating Split Method)를 사용하였다. 일단 Quanto 금리 상품을 계산하기 위해 2D FDM을 만들었는데, 하나의 금리는 기초 자산으로, 다른 하나는 할인 금리로 사용한다. 그런데 둘 다 가격에 영향을 주고, call이나 수익 조건이 두 프로세스에 모두 의존하므로 상관관계가 있는 2D FDM으로 계산하여야 한다.

 문제: 원래 1D FDM 엔진이 있기 때문에 코드 수정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결국 경계 조건이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 특히 곡면의 네 개 극단값, index로 치자면 (0, 0), (0, n), (n, 0), (n, n) 부분이었다. 이 네 점을 제외한 경계는 어쨌든 한 번은 PDE로 풀리기 때문에 계산의 수혜(?)를 입지만 극단 점들은 모두 경계조건 처리만 하므로 값 자체가 계속해서 추정 값 밖에 갖지 못한다. 또한 HW1F의 경우 Convection dominant 모형이라서 한 번 끝 점이 튀기 시작하면 그 영향이 빠르게 전파한다. 한마디로 끝도 없이 값이 튀어 버린다. 그리고 이 끝점들이 cross term을 계산하는데 쓰이면서 그 피해가 막심해진다.

 해결: 추박사님이 힌트를 주신대로 각 극단 네 점은 근처 점의 평균으로 처리하였다. 즉 한 번 곡면을 풀고 나서, (0, 0)은 (1, 0)과 (0, 1)의 평균값 식으로 각 네 점을 계산했다. 이 것이 어떻게 보면 주먹 구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 끝점들은 어쨌건 추정치이기 때문에 근처 점들과 밸런스를 맞춰주는 측면에서 맞는 해결책인 것으로 생각된다.

탱탱한 물미역같은 이 비쥬얼...

곡성(哭聲) - 나홍진, 2016

* 내용 누설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오른쪽 포스터를 본다면...



0.
 "모지리 같은 새끼가 미끼를 꿀꺽 삼켜부렀네." 
박수 무당 일광은 처마 밑에서 밖을 바라보며 이렇게 읇조린다. 
 전남 곡성의 어느 마을에 일본에서 온 외지인이 등장한다. 그 이후 조용하던 마을에 끔찍한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그리고 하나같이 그 범인들은 끔찍하게 죽어 나간다. 사람들은 뜬 소문으로 그 외지인 때문에 살인 사건들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종구(곽도원 분)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믿지 않는다. 그러던 중 종구는 동료 경찰과 함께 외지인의 집을 몰래 가보고 그가 범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후 종구의 딸 조차 그간 살인 사건 범인들이 겪었던 피부의 두드러기 비슷한 것이 시작되고 이상한 행동들을 하게 된다.
"뭐가 중헌디. 뭐가 중허냐고 이 xx놈아!!!!!! 뭐가 중헌지도 모르믄서..."
종구의 딸은 종구의 물음에 악을 쓰며 이렇게 말한다.
 결국 종구는 외지인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며 외지인에게 경고를 날린다.
 하지만 결국 종구의 딸 조차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만다.
분량이 적지만 무게감은 인정

"가지말어."
무명은 종구의 손을 잡고 얘기한다.

1.
 일단 곡성이라는 영화는 처음 보면 혼란 스럽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래서 결국 영화를 본 후 인터넷을 뒤져보고 영화에서 나오는 메타포를 하나하나 조립을 해보았다. 아무래도 논란이 많은 영화다 보니 각 사이트에 영화를 분석하는 글도 많고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기도 한다. 반가운 것은 최근 몇 년간 상업 영화에서 이렇게 의견이 갈리고 분석을 요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었나 하는 것이다. 나는 관객들의 이런 후기나 행동들이 영화 자체의 퀄리티가 그래도 어느정도 담보한다는 의미처럼 이해하기 때문이다.

곡성 나무 위키 페이지

 이 링크의 페이지를 보더라도 알 수 있겠지만 영화가 갖는 메타포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무속신앙과, 일본, 네팔의 무속신앙, 가톨릭교 등 종교적 함의가 많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영화 감독이 의도적으로 허점을 만들어 놓아 관객들의 여지를 두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영화는 시종일관 일광과 외지인의 관계에 대해 복선만 깔아둘 뿐 설명없이 혼란만 가중시킨다. 그들이 과연 같은 편인지, 아니면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자들인지 말이다. 영화가 끝나기 직전까지도 그 혼란은 해결되지 않고 마지막에서야 '엇'하면서 관계에 대한 실마리가 풀린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 카톨릭 부제와 종구의 이야기가 갈라지며 두 장르가 혼합되어있는 느낌마저 주기도 한다.

2.
 나는 종교 자체를 어떠한 영적인 느낌보다는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영화 자체가 기괴하긴 하나 무섭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나홍진 감독의 전작 '추적자', '황해'와 같이 캐릭터, 상황, 대사가 갖는 힘이 너무 강렬하여 계속해서 장면이나 대사들이 머릿속에서 멤돈다. 이게 부작용이 배우 황정민이 광고하는 x짬뽕 광고만 봐도 계속 일광 생각이 난다.
쿠..쿠니무라 센세!!!
 배우들의 연기 또한 압권이다. 일본의 대배우 쿠니무라 준은 많은 대사가 있지 않다. 끽해야 마지막 카톨릭 부제 이삼과의 대화 장면인데 그럼에도 엄청난 무게감과 실감나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리고 곽도원 황정민, 게다가 천재처럼 느껴지는 아역 김환희까지... 정말 연기로는 어느 누구 하나 버릴 사람이 없다. 아쉬운 것은 무명 역의 천우희가 극 중의 무게감에 비해 너무 분량이 적었달까.
  그래도 간만에 무게감 있고 여러가지 찾아보게 되는 영화를 보게 된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정말 나중에 다시 한 번 보게 될 영화인 것 같다. 굳!

장준하 항일 수기 "돌베개"


(창 28:10)   야곱이 브엘세바에서 떠나 하란으로 향하여 가더니
(창 28:11) 한 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기서 유숙하려고 그 곳의 한 돌을 가져다가 베개로 삼고 거기 누워 자더니
(창 28:12) 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서 있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또 본즉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창 28:13)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네가 누워 있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창 28:14)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 네가 서쪽과 동쪽과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나갈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
 0. 故 장준하(1918~1975)선생은 일본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자원 형식으로 징용되어 중국에 있는 일본 군대로 가게 된다. 그는 거기서 애초부터 탈출을 염두해 두고 있었으며, 그의 부인에게도 '내 편지에 돌베개라는 단어가 쓰이면 내가 탈출한 줄 알라'고 일러두기까지 한다. 1944년 7월, 3명의 동지와 함께 쓰카다 부대를 탈출하여 7개월의 대 장정을 거쳐 충칭의 한국 임시정부에 도착한다. 여기서 장준하는 자신이 바랐던 현실과는 다른 임시 정부의 상황을 개탄스러워하나, 그럼에도 임시 정부를 위해 여러가지 일을 거든다. 그리고 광복이 찾아오고 광복 직후 대한민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그가 바라던 하나로 모인 모습의 조국은 아니었다.

1. 이 '돌베개'라는 수기의 어원은 포스트의 제일 처음 인용에서도 보듯이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야곱이 베고 잔 돌베개를 어원으로 하고있다. 성경에서 고난을 의미함과 같이 장준하에게는 이 돌베개가 일군을 탈출하여 임시정부로 가 독립 운동을 진행하는 여정의 고난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수기는 크게 1) 그가 일군을 탈출하기 전과 그 과정, 2) 탈출하여 충칭으로 가는 여정, 3) 충칭에서 임정의 일원이 되어 겪는 일, 이렇게 크게 세 가지 꼭지로 볼 수 있다.
 과연 명필가 답게 탈출의 급박함과, 동료들과 함께하는 긴 여정의 고난, 현재 국가가 처한 상황에 대한 개탄스러움이 때론 강렬하게 때론 담담하게 쓰여있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꼭지의 내용들이 정말 금과옥조라고 생각이 든다.

2. 일단 광복 직후 임시 정부의 입국과 그 사이의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잘 알 수 있다. 당시 임시 정부는 광복 직후 곧바로 입국하지는 못한다. 게다가 입국 후에도 임시 정부의 이름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에 휘둘리고, 미국의 냉대에 직면한다. 결국 신탁통치가 결정나면서 임정이 냉대를 당하고 와해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한 당시 38선 북쪽으로 진출한 소련을 위시한 공산 주의자들과 그 외 세력들이 주도권 싸움을 하면서 임정의 이름 값을 등에 업으려 하는 작태들이 너무도 잘 쓰여있다. 결국 이 시기가 어찌보면 현대 대한민국의 첫 단추였다. 이 첫 단추가 이상하게 끼워짐으로써 지금 친일파 후손 문제라든가 하는 것들이 아직도 존재 하고, 그런 사람이 국가의 요직까지 차지하는 우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의 상황이 요즘의 모습들과 너무 비슷하다. 시간의 간격으로 보면 7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건만, 인간 군상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권력에 빌 붙는 자들, 자신의 세력 확장을 위해 남을 이용하려 하는 자들 등등...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그대로 보는 것은 시대를 뛰어 넘어 불편함을 주기도 하고 마음 속의 냉소를 더욱 키우기도 한다.

3.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이 이루고자하는 꿈의 크기가 있는 것 같다. 장준하 선생은 국가의 독립이라는 큰 꿈을 가지고 고난과 역경을 거쳐 충칭까지 다 다랐다. 이런 수기나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 마다 상황을 지금의 나에게 대입시켜보게 된다. 과연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물론 어떠한 선택을 실제로 했을런지는 나 자신도 확답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이런 장준하 선생의 정의감이나 의지력만큼은 내 스스로에게 강요해도 어느정도는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이 땅의 젊은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덧붙여 장준하 선생의 사망이 의문사였고 그 당시 박정희 군정을 매우 비판하는 스탠스였다고 밝혀둔다.(물론 누구나 알겠지만...)


인생논어 - 1

  0. 조형권님이 쓴 <<인생논어>> 를 읽고 필사한다는 생각으로 구문들을 옮겨 적으려 한다.  1.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라.   子曰, 射不主皮 爲力不同科 古之道也 (자왈, 사부주피 위력부동과 고지도야)  해석: 활을 쏠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