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哭聲) - 나홍진, 2016

* 내용 누설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오른쪽 포스터를 본다면...



0.
 "모지리 같은 새끼가 미끼를 꿀꺽 삼켜부렀네." 
박수 무당 일광은 처마 밑에서 밖을 바라보며 이렇게 읇조린다. 
 전남 곡성의 어느 마을에 일본에서 온 외지인이 등장한다. 그 이후 조용하던 마을에 끔찍한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그리고 하나같이 그 범인들은 끔찍하게 죽어 나간다. 사람들은 뜬 소문으로 그 외지인 때문에 살인 사건들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종구(곽도원 분)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믿지 않는다. 그러던 중 종구는 동료 경찰과 함께 외지인의 집을 몰래 가보고 그가 범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후 종구의 딸 조차 그간 살인 사건 범인들이 겪었던 피부의 두드러기 비슷한 것이 시작되고 이상한 행동들을 하게 된다.
"뭐가 중헌디. 뭐가 중허냐고 이 xx놈아!!!!!! 뭐가 중헌지도 모르믄서..."
종구의 딸은 종구의 물음에 악을 쓰며 이렇게 말한다.
 결국 종구는 외지인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며 외지인에게 경고를 날린다.
 하지만 결국 종구의 딸 조차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만다.
분량이 적지만 무게감은 인정

"가지말어."
무명은 종구의 손을 잡고 얘기한다.

1.
 일단 곡성이라는 영화는 처음 보면 혼란 스럽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래서 결국 영화를 본 후 인터넷을 뒤져보고 영화에서 나오는 메타포를 하나하나 조립을 해보았다. 아무래도 논란이 많은 영화다 보니 각 사이트에 영화를 분석하는 글도 많고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기도 한다. 반가운 것은 최근 몇 년간 상업 영화에서 이렇게 의견이 갈리고 분석을 요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었나 하는 것이다. 나는 관객들의 이런 후기나 행동들이 영화 자체의 퀄리티가 그래도 어느정도 담보한다는 의미처럼 이해하기 때문이다.

곡성 나무 위키 페이지

 이 링크의 페이지를 보더라도 알 수 있겠지만 영화가 갖는 메타포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무속신앙과, 일본, 네팔의 무속신앙, 가톨릭교 등 종교적 함의가 많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영화 감독이 의도적으로 허점을 만들어 놓아 관객들의 여지를 두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영화는 시종일관 일광과 외지인의 관계에 대해 복선만 깔아둘 뿐 설명없이 혼란만 가중시킨다. 그들이 과연 같은 편인지, 아니면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자들인지 말이다. 영화가 끝나기 직전까지도 그 혼란은 해결되지 않고 마지막에서야 '엇'하면서 관계에 대한 실마리가 풀린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 카톨릭 부제와 종구의 이야기가 갈라지며 두 장르가 혼합되어있는 느낌마저 주기도 한다.

2.
 나는 종교 자체를 어떠한 영적인 느낌보다는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영화 자체가 기괴하긴 하나 무섭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나홍진 감독의 전작 '추적자', '황해'와 같이 캐릭터, 상황, 대사가 갖는 힘이 너무 강렬하여 계속해서 장면이나 대사들이 머릿속에서 멤돈다. 이게 부작용이 배우 황정민이 광고하는 x짬뽕 광고만 봐도 계속 일광 생각이 난다.
쿠..쿠니무라 센세!!!
 배우들의 연기 또한 압권이다. 일본의 대배우 쿠니무라 준은 많은 대사가 있지 않다. 끽해야 마지막 카톨릭 부제 이삼과의 대화 장면인데 그럼에도 엄청난 무게감과 실감나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리고 곽도원 황정민, 게다가 천재처럼 느껴지는 아역 김환희까지... 정말 연기로는 어느 누구 하나 버릴 사람이 없다. 아쉬운 것은 무명 역의 천우희가 극 중의 무게감에 비해 너무 분량이 적었달까.
  그래도 간만에 무게감 있고 여러가지 찾아보게 되는 영화를 보게 된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정말 나중에 다시 한 번 보게 될 영화인 것 같다. 굳!

장준하 항일 수기 "돌베개"


(창 28:10)   야곱이 브엘세바에서 떠나 하란으로 향하여 가더니
(창 28:11) 한 곳에 이르러는 해가 진지라 거기서 유숙하려고 그 곳의 한 돌을 가져다가 베개로 삼고 거기 누워 자더니
(창 28:12) 꿈에 본즉 사닥다리가 땅 위에 서 있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고 또 본즉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창 28:13) 또 본즉 여호와께서 그 위에 서서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네가 누워 있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창 28:14)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어 네가 서쪽과 동쪽과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나갈지며 땅의 모든 족속이 너와 네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
 0. 故 장준하(1918~1975)선생은 일본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자원 형식으로 징용되어 중국에 있는 일본 군대로 가게 된다. 그는 거기서 애초부터 탈출을 염두해 두고 있었으며, 그의 부인에게도 '내 편지에 돌베개라는 단어가 쓰이면 내가 탈출한 줄 알라'고 일러두기까지 한다. 1944년 7월, 3명의 동지와 함께 쓰카다 부대를 탈출하여 7개월의 대 장정을 거쳐 충칭의 한국 임시정부에 도착한다. 여기서 장준하는 자신이 바랐던 현실과는 다른 임시 정부의 상황을 개탄스러워하나, 그럼에도 임시 정부를 위해 여러가지 일을 거든다. 그리고 광복이 찾아오고 광복 직후 대한민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그가 바라던 하나로 모인 모습의 조국은 아니었다.

1. 이 '돌베개'라는 수기의 어원은 포스트의 제일 처음 인용에서도 보듯이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야곱이 베고 잔 돌베개를 어원으로 하고있다. 성경에서 고난을 의미함과 같이 장준하에게는 이 돌베개가 일군을 탈출하여 임시정부로 가 독립 운동을 진행하는 여정의 고난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수기는 크게 1) 그가 일군을 탈출하기 전과 그 과정, 2) 탈출하여 충칭으로 가는 여정, 3) 충칭에서 임정의 일원이 되어 겪는 일, 이렇게 크게 세 가지 꼭지로 볼 수 있다.
 과연 명필가 답게 탈출의 급박함과, 동료들과 함께하는 긴 여정의 고난, 현재 국가가 처한 상황에 대한 개탄스러움이 때론 강렬하게 때론 담담하게 쓰여있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꼭지의 내용들이 정말 금과옥조라고 생각이 든다.

2. 일단 광복 직후 임시 정부의 입국과 그 사이의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잘 알 수 있다. 당시 임시 정부는 광복 직후 곧바로 입국하지는 못한다. 게다가 입국 후에도 임시 정부의 이름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에 휘둘리고, 미국의 냉대에 직면한다. 결국 신탁통치가 결정나면서 임정이 냉대를 당하고 와해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한 당시 38선 북쪽으로 진출한 소련을 위시한 공산 주의자들과 그 외 세력들이 주도권 싸움을 하면서 임정의 이름 값을 등에 업으려 하는 작태들이 너무도 잘 쓰여있다. 결국 이 시기가 어찌보면 현대 대한민국의 첫 단추였다. 이 첫 단추가 이상하게 끼워짐으로써 지금 친일파 후손 문제라든가 하는 것들이 아직도 존재 하고, 그런 사람이 국가의 요직까지 차지하는 우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의 상황이 요즘의 모습들과 너무 비슷하다. 시간의 간격으로 보면 7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건만, 인간 군상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권력에 빌 붙는 자들, 자신의 세력 확장을 위해 남을 이용하려 하는 자들 등등...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그대로 보는 것은 시대를 뛰어 넘어 불편함을 주기도 하고 마음 속의 냉소를 더욱 키우기도 한다.

3.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이 이루고자하는 꿈의 크기가 있는 것 같다. 장준하 선생은 국가의 독립이라는 큰 꿈을 가지고 고난과 역경을 거쳐 충칭까지 다 다랐다. 이런 수기나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 마다 상황을 지금의 나에게 대입시켜보게 된다. 과연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물론 어떠한 선택을 실제로 했을런지는 나 자신도 확답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이런 장준하 선생의 정의감이나 의지력만큼은 내 스스로에게 강요해도 어느정도는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이 땅의 젊은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덧붙여 장준하 선생의 사망이 의문사였고 그 당시 박정희 군정을 매우 비판하는 스탠스였다고 밝혀둔다.(물론 누구나 알겠지만...)


인생논어 - 1

  0. 조형권님이 쓴 <<인생논어>> 를 읽고 필사한다는 생각으로 구문들을 옮겨 적으려 한다.  1.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라.   子曰, 射不主皮 爲力不同科 古之道也 (자왈, 사부주피 위력부동과 고지도야)  해석: 활을 쏠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