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김훈)을 읽고
0. 최근 영화 '남한산성'이 개봉하면서 'JTBC 뉴스룸'에 '김훈'작가가 출현한 적이 있다. 이 때 인터뷰가 인상에 남아 책을 꼭 읽어보고자 하였다. 인터뷰 내내 묻어나는 그의 말에 대한 집념은 매력적이었다. 애초에 소설에 별 관심이 없는 나지만,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1. 소설의 말은 건조하고 담담하다. 어느 한 구석 감성에 젖어 격한 말을 내뿜는 곳이 없다. 그럼에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시린 서울의 풍경과, 남한산성 안에서의 고단함은 소설 내내 나를 짓눌렀다. 이미 역사로 알고있는 '병자호란'과 '삼전도 굴욕'의 사이 내용을 그의 상상력과 필체로 저술했다.
이판 최명길은 청과 화친하여 이 위기를 넘고자 했고, 예판 김상헌은 끝까지 싸우길 원했다. 그들은 쇠락해가던 명나라와 오랑캐(여진)에서 세력이 커져 중국 대륙을 쓸어담기 시작한 청나라 사이에서 갈등했다. 어찌보면 반도에 위치한 소국에게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으리라. 이 사이에서 현실감각 없는 관료들은 공허한 말만 내뱉는다. 대표적으로 영의정 김류가 그랬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낀 왕은 무기력했다. 묘당 아래서 각자의 위치를 지닌 사람들은 스스로 그 위치를 지켰다. 수어사 이시백이 그랬고, 대장장이 서날쇠가 그랬다.
2. 이 소설의 좋은 점은 단순히 정치가의 시각만 가지고 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위 천민들은 명이고, 청이고 상관없이 전쟁이 끝나기를 바랐다.
김상헌에게 목이 베인 사공은 그저 본인이 살기위한 길을 찾아가는 것 뿐이었다. 그에게 그 것이 반역이라고 생각할 겨를은 없었을 것이다. 노비였던 정명수는 청으로 투항하여 통역일을 하며 전횡을 일삼았다.
대장장이 서날쇠가 그나마 본인의 삶에 애착을 갖는 인물이다. 그는 김상헌을 도와 격서를 돌리기도 하고, 사공의 딸 나루를 거두어 키운다. 전쟁이 끝나고 본인의 자리로 돌아와 다시 그 삶을 지속한다.
소설 내내 그들의 고단함이 몸으로 느껴진다.
3. 개인적으로 강요된 애국과 충성을 싫어한다. 결국 본인들의 터전에 대한 애착이 있어야 애국이란 것도 생기고, 외부의 적을 맞아 싸울 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설 속에 그려진 일반 백성들의 모습이 나에겐 그리 낯설지 않았다. 그만큼 그당시 정치가 일반 백성들과는 멀리 떨어져있었고, 어떤 공감대도 나누지 못했다는 증거인 것 같다. 청에 끌려갔다 돌아와 독살당한(것으로 추정되는) 소현세자가 더욱 애처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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